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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주의출산후기] 나도, 엄마가 된다.

월하화★ 2019. 11. 27.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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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퀸스 산부인과(촉진제 O, 무통주사 X, 관장 X, 제모 X)
자연주의 출산

09:00 AM
서기원 선생님께서 내진을 해서 자궁문 1센티 열렸다고 하셨다. 10센티 열려야 한다고 하시고..
태동검사와 함께 유도 촉진제를 넣어주심..
1시간 뒤, 강한 배뭉침과 함께 나타나는 진통은..
그야말로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01:00 PM
또 란딩 하러 오신 서기원 선생님.
오신 김에 내진했는데 2 핑거 브레스 50%
강한 진통과 함께 동반되는 내진은 어마 무시할 정도로 아파서 죽을 지경인데.. 우리 온유는 오죽할까..
어쩌면 나는 엄마로서 자격이 없는 것 같다.
촉진제까지 써가며 우리 아가 힘들게만 하고 운동을 못해서.. 아가야 못난 엄마라 미안해.

03:20 PM
진통 때문에 아무것도 못 먹는 나.
신랑은 나 때문에 잠도 못 자고 오늘 야간 근무인데, 온갖 수발을 다 들어주었다.
먹어야 된다고, 수분도 보충해야 힘을 낼 수 있다고 하시는 듈라쌤.
나도 안다고! 아는데 아파서 아무것도 먹기도 마시기도 버겁다고..
신랑은 나 때문에 봉구스비어에서 밥버거 사왔는데 안먹었다.. 내가 목 넘기기 힘들다니까 바로 나가서 죽사왔는데, 억지로 두숟갈 먹구 힘들어 포기..
겁나 미안하다, 나때매 과자에 음료에 빵에, 이것 저것 사 왔는데.. 게다가 온갖 수발도 들어줬다.
소변과 대변이 마려웠는데 정작 화장실 들어가면.. 안 나옴. 힘줬더니 그제야 나왔는데 이때 안에 넣었던 촉진제가 나왔는지도..

05:00 PM
또다시 내진.
서기원 선생님께서 촉진제가 안 보인다고 빠진 거 아니냐며 듈라쌤과 얘기하셨다.
음, 화장실에서 힘줘도 된다고 해서 그때 힘줄 때 빠졌나 보다 그래도 고통은 똑같은데.
자궁수축 잘된다고.. 하지만 결국 유도분만 실패해서 병실로 올라가게 됐다.

다음날..

잦은 배뭉침으로 인해 그다지 잘 자지 못했다.
하지만 온유는 뻥뻥 발길질..
Total 4시간 자고 난 뒤로 잠이 오질 않아 포기!
우리 엄마와 쭌 돌이(남동생 별명)는 자구 있었다.
내가 새벽에 뒤척여서 깬 거 아닌지 모르겠네.

08:00 AM
7층 자연주의 출산실에 도착하자마자,
간호사 언니가 태동 검사기 달고 내진했다.
아직도 2센티.. 열리는 거 더럽게 안 열리는구나..
촉진제 넣고 시작했다.
9시 되자마자 서기원 선생님 출동하셔서 내진하시더니 3센티 열렸다고 하셨다. 항상 친절하게 말씀하시는 선생님.

09:00 AM
강한 배뭉침과 함께 조금 참을 만한 진통에 여기저기 방방 미친년처럼 뛰어다녔다. 뛰어다니니 조금은 통증이 가라앉았다.
입맛이 없었지만 쭌 돌이 가 사 온 죽을 조금씩 먹고, 티브이 보다가 남편이 도착.
남편이 도착하자마자 슬슬 시작되는 강한 진통.
꼭 이상하게 남편 부려먹고 괴롭히라는 듯, 남편이 도착하자마자 강한 진통이.. 나를 휘감기 시작했다.
양쪽 옆방에선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소프라노로 소리 지르는 사람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한쪽 어뭉님은 내진으로 소리 질렀단다. 엄살은..

11:00 AM
참지 못 할 정도로 너무 아파서 티브이 보다가, 앉았다가 일어났다가, 이젠 빙빙 제자리 돌기까지.. 혼자 별 미친년 짓하다가 남편과 함께 병실로 가서 샤워했다.
뜨듯한 물에 담고 있으니 아주 살 맛나고, 고통이 달했다. 샤워를 40분 가까이하고 나와서 분만실에 내려가는 도중 얼마 지나지 않아 진통이 또다시 날 옭아매었다. ㅅㅂ 이건 인간이 할 짓이 못돼!
자출 방에 도착하자마자 너무 아파서 소리는 못 내겠고, 눈물만 펑펑!
남편은 걱정되어 간호사 부르자고 했지만 어제 같이 내진해도 계속 안 열려있을 것 같아 싫다고, 실망하기 싫다고.. 참는 다했는데 결국 남편 혼자 부르러 갔다.

11:30 AM
내진 결과 4센티.
남편은 간호사에게 히노끼탕을 가리키면서 저거 이제 들어갈 수 있냐고 다급히 물어보았다. 간호사는 들어갈수 있다면서 물을 받아 주었고, 조산사 불렀다.
어제 조산사님 힘들 게만 해서 진행될 때까지 오늘은 오시지 말라고 했는데, 4센티 열린 것 가지고 조산사님 또 힘드시게 불렀다.
탕에 왜 물 차는 게 느리냐면서 남편은 안절부절못하는 사이에 서기원 원장 선생님 등장!
반갑지도 않은 내진을 하는데 밑에서 뭔가 따듯한 물이 세는 느낌이 나자마자, 선생님이"양수 터졌다."라고 하자마자 아까보다 어마 무시한 진통이 내 배를 가르고 자른 느낌이었다. 탕에 물이 차자마자 냅다 옷 갈아입고, 입수!
40°가 넘는 탕에 들어가자마자 살 맛났다.
히노끼탕이 원래 무통주사랑 비슷한 효과를 낸다. 내게는 아주 천국과 같은 존재.

12:30 PM
호흡도 같이 해주고 내게 부채질까지 해주시는 조산사님. 나를 위해 헌신하시는 것 같았다. 수분 부족으로 인해 쓰러질까 봐 음료수와 초콜릿을 맛나게 먹여주셨다. 입맛 없어도 음료수는 꼴깍꼴깍 넘어가더라. 격한 진통 때문에 기절하고 싶었는데, 조산사님과 남편이 받쳐주셔서, 다행이었는데..
1시쯤에 탕 속에서 나오자 하셔서 남은 진통은 누워하자 하셨다.

01:00 PM
조산사님이 내진하시더니 풀로 다 열렸다고 한다.
힘만 잘 주면 나올 것 같다고. 진통 올 때마다 변 보듯 힘을 주라는데, 나도 알고 있다. 집에서도 연습했었으니까. 근데 알고 있었는데, 막상 그렇게 진통이 엄습하니 얼굴로 힘주게 되고 연습한 것도 무용지물. 까먹어버림. 머리는 백지장처럼 하얘지고, 꼭 이건 날 비웃기라도 하듯 진통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머릿속에선 단 한 가지 드는 건, 소리 지르면 나보다 애기가 백배는 힘들다는거, 잘 호흡 잘하지않으면 애기가 너무 힘들어해 태변 본다는 거만 생각해서 찍소리도 안 하고 아플 때마다 줄잡고 힘을 끙 줬다. 소리 질러봤자 아프기만 할 뿐, 아무 도움도 안 되니까. 옛날 고구려 백제 신라시대 때 귀족들이 분만하는 것처럼 천장에 줄달고 그 줄잡고 힘주는 것처럼 나도 했다.

01:30 PM
애기가 너무 잘 안 내려와 화장실에서 힘주기로 했다. 오호, 화장실에서 힘을 주니까 너무나 힘이 잘 들어갔다. 30분간 계속되는 힘주기와의 전쟁 속에서 야간 근무하느라 잠도 못 잔 남편은 내게 부채질도 해주고, 음료수도 갔다 주고.. 아주 철저한 내 집사가 되었다 음, 집사의 자질이 보여!

02:43 PM
다시 누워 끈 잡고 힘주길 몇 번 하더니, 애기 머리가 보인다고 하더라. 이미 난 다리가 덜덜 떨리면서 쥐나자 조산사 언니가 내 다리 주물러 주셨다. 여러가지 분만 장비 준비도 끝난채, 서기원 원장님 불러주시는 우리 조산사님. 5분후에 도착하신다고 하셨는데 내겐 그 5분이 긴 시간이였다. 자꾸 1분도 채지나지 않았는데 간호사에게 원장님 언제오냐고 재촉, 분마다 재촉했다.남편은 애기 머리 보인다면서 아주 호들갑. 옆에서 말시킬때마다 이성 잃고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
원장님 도착하자마자 계속 힘주었다,

03:03 PM
머리가 뽁하고 나온 순간 뭔가 울컥하고 배가 엄청 시원한 느낌? 먼가 뻥 뚫린 느낌에 아주 기분이 좋았다. 내 배 위에 온유를 올려주시자마자 눈물이 났다. 이게 정령 내 뱃속에서 나온 꼬물이라는 건가? 감동의 쓰나미에 울고 있자 원장님은 임신 초기에 내가 울었던걸 기억하고 계셨는지 "초기에도 우시더니 지금도 우시네요.." 여러 산모가 다녀가는데 하나하나 기억해주시다니 환자 하나하나 배려해주고 생각해주시는 이런 분이 계신 산부인과에 다니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탯줄도 자르는데 손이 떨리는지 잘 안 잘렸다.
그 후 우리 온유는 남편이 수영도 해주고, 서로의 체온도 느낄 수 있도록 남편이 웃통 벗고 애기와 교감하자마자 우리 온유는 울음을 뚝! 그쳤다.

자연주의 출산 하기 정말 잘한 것 같았다.
못 한다고 했던 남편이 탯줄도 자르면서 애기와 교감하자마자 아주 나보다 더 신나고 좋아했다. 특히나 알코올 알레르기인 내게 의료 개입 최소화한다는 전제조건이 너무 좋았다. 조산사님이 하루 온종일 같이 붙어 있어 주시고, 서기원 원장 선생님도 틈틈이 내게 오셔서 진찰도 해주시니, 꼭 황족이 된 것 같았다.
더군다나 더 좋은 건 남편 괴롭히기 제일 최고였다.
퀸스 산부인과 다니길 내 인생 최고로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분만실 간호사님들, 우리 조산사 선생님, 서기원 원장님, 사랑하는 우리 남편, 내가 호흡을 못해서 힘들었을 우리 아가야. 이틀 동안 진행 안되고 부려먹기만 하고, 힘들게 고생시켜서 죄송할 뿐이었다.

 

2016.10.18 온유가 태어나다.

 

※ 제 글이 맘톡에 올라와있어서, 너무 기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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