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구트 꿈 백화점》예전부터 유명한 소설이라고 친구가 읽어보라고 했던 적은 있었다. 나는 인터넷보다 책이 취향인지라, 인터넷으로 넘기는 맛이 없는 반면, 책을 한 장 한 장 넘겨보는 맛에 푹 빠진 터라.. ‘책으로 나오면 읽어볼게’라고 한지가 한 달 전인 듯한데, 벌써 책으로 나오다니 기대가 되었다.
여기에 나오는 주인공 이름부터가 외국인 이름이다. 친구와 손님들은 한국 이름인데, 의아했다. 여기서 페니라는 한 아이가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 입사 면접을 보기 위해 한창 준비 중이었다. 그렇게 고민하던 페니에게 아쌈은 한 책을 들이민다. 시간의 신과 세 제자 이야기.
동화로 내도 될 것같은 그런 이야기이다. 아기돼지 삼 형제 비슷한 이야기.
페니는 어릴 적부터 읽어왔다고 하는데, 꿈 백화점에서는 면접을 통과한 직원들에게 이 책을 선물했다고 한다. 그걸 위주로 공부하라는 아썸. 페니는 의아했지만 그다음 날 면접을 보러 백화점에 간다. 달러구트는 페니가 면접 때 낸 이력서에 ‘아무리 좋아봐야 꿈은 꿈일 뿐이다.’라고 쓴 멘트를 보며 인상에 남았다고 한다.
페니를 흥미롭게 보는 달러구트. 남들과는 다른 대답을 주고 싶었던 페니는 「시간의 신과 세 제자 이야기」를 하고 난 뒤, 마지막에 하지 않아도 될 말을 덧붙여했다. 달러구트는 자신의 백화점에 지원한 특별한 이유가 있냐 묻자, “필요한 만큼만 꿈꾸게 하고 늘 중요한 건 현실이라 강조하시죠. 시간의 신이 세 번째 제자에게 바란 것도 딱 그 정도 일거예요. 현실을 침범하지 않는 수준의 적당한 다스림. 그래서 여기에 지원했어요.”라고 말한다. 그러자 달러구트는 환한 웃음으로 페니를 맞이한다. 페니가 백화점에서 일하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백화점이 평소에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시장 바닥 같아 보였다. 그리고 여기서 레프라혼이라는 요정도 등장해서인지 평범하게 보이는 장소에 판타지를 더해가는 느낌이었다.
각층의 매니저들을 만난 페니는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결국 1층 프런트로 결정한 페니.
「띵동. 201번 손님께서 요금을 지불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나오는 꿈’의 값으로 ‘설렘’이 소량 도착했습니다.」
정말 특이한 내용의 소재인 것 같다. 나도 한 번쯤은 꿈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했지만 이것을 글로 표현한다니, 정말 저자는 대단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최근에 2층의 추억 코너에서 ‘옛 애인이 나오는 꿈’을 사간 남자가 오자 페니가 안내해드리려는 순간 딜러구트가 꿈은 안 꾸셔도 될 것 같다며 막는다. 도대체 이게 무슨 황당 무계한 소리일까. 꿈을 파는 백화점에서 꿈을 안꿔도됀다고 하니, 무슨 소릴까 궁금하면서 다음 내용을 보게 된다.
“손님은 계속해서 꿈 값을 지불하지 않으셨어요. 꿈에 옛 여자 친구가 나와도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는 뜻이죠.”
“그러니까 저희는 꿈 값을 몽땅 날린 셈이랍니다.”
오잉, 하며 읽게 된 내용. 손님한테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하니까 꿈을 팔 수 없다고 대답해준다. 꿈 값은 감정을 매기는 값. 74페이지에 그 달의 논문이라면서 꿈 값과 그들의 감정에 대한 고찰이 생각났다.
「자신들이 기억하고 있는 모든 정보가, 있는 그대로의 실제 사실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재입력된 정보라는 것까지 알고 있습니다. 결국은 모든 경험이 잊힐 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건, 지금 이 순간이 한 번 뿐이라는 것을 더 절절하게 느끼게 하죠. 그 점이 바로 손님들이 느끼는 감정과 그들이 지불하는 꿈 값에 특별한 힘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굉장한 디테일한 내용이 아닐 수가 없었다. ‘태몽’을 만드는 유일한 꿈 제작자 아가 냅 코코의 등장. 태몽을 만들다 남은 자투리를 건넨다. 그건 바로 예지몽. 사겠다고 줄 서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달러구트는 그런 사람들에게 1개도 절대 팔지 않았다. 오히려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 주었다.
“아가 냅이 만든 예지몽은 미래를 보고 싶어 하는 손님에게는 실망스러운 상품이지만, 전혀 기대하지 않던 손님에게는 뜻밖의 작은 선물이 되거든.”
예지몽을 팔아서 나온 꿈 값엔 호기심, 설렘, 신기함이 있었다. 예지몽에 연구하고 싶다는 페니에게 달러구트는 말했다. 「네가 생각하는 대단한 미래는 여기 없단다. 즐거운 현재, 오늘 밤의 꿈들이 있을 뿐이지.」라고. 나는 잘 때면 항상 꿈을 꾸곤 한다. 그리고 예지몽이라고 할까나.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장소에 가면 익숙한 느낌, 그리고 그다음 어떤 행동을 했다는 그 느낌들이 많았다.
나도 달러구트 백화점에서 꿈을 사기라도 한 걸까?
이런 생각을 부여받게 된다. 태몽을 꿨지만 나는 두 가지의 태몽을 꿨다. 모두 뱀이 나오는 것이었지만, 건물보다 더 크고 새하얗고 몸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백사가 나한테 달려오는 꿈과 우리 집 안과 밖.. 천장이고 바닥이고 벽이고 크기와 색깔, 길이가 다양한 알록달록한 뱀들이 집을 애워싼 꿈을 태몽으로 꿨었다. 나도 태몽을 산 것일까 하는 궁금함과 두근거림이 계속 이어졌다.
모든 장사에는 구입도 있으면 반품도 있는 법, 환불 요청이 들어오자 구매 확정 서약서를 들이미는 달러구트. 항상 구매할 때마다 쓰는 서약서인 것 같았다. 그럴싸해 보인다. 정말로.
“저희 가게의 상품이 스트레스가 되었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물론 이제라도 구입을 취소하시고 다시는 꾸지 않으실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 효과를 보지 못하셨기 때문에 꿈 값도 지불되지 않았았으니 환불 문제도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정말 싫은 기억이기만 할까요? 가장 힘들었던 시절은, 거꾸로 생각하면 온 힘을 다해 어려움을 헤쳐 나가던 때일지도 모르죠. 이미 지나온 이상,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랍니다. 그런 시간을 지나서 이렇게 건재하게 살아있다는 것이야말로 손님들께서 강하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과거의 어렵고 힘든 일 뒤에는 그걸 이겨냈던 자신의 모습도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 우린 그걸 스스로 상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단다.”
읽으면 읽을수록 그다음 내용이 궁금하기도 하다. 수수하면서도 불안할 때 마음이 누그러지기도 하는 그런 따스한 감정을 갖고 있는 책. 어른들을 위한 판타지 소설 아닌가. 이 책을 읽고 꿈에 대한 생각을 더 하게 되었다. 모랄까. 꿈은 막연하게 그냥 꾸는 게 아니다. 그 꿈을 꾸는 데는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 이 소설 정말 강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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