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 서  서 평

[서평] 힘빼고 스윙 랄랄라

월하화★ 2020. 8. 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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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낳기 전 마지막으로 5년 동안 해왔던 캐디, 정말 즐겁게 했었다. 옥스필드(거의 블라인드 홀이다. 공략이 좀 많이 어려운 곳), 시그너스, 동여주 등등 다양한 곳에 있었다. 골프를 치고, 다양한 손님들을 만나고, 즐겁게 일했었다. 그때가 나의 전성기이기도 했었다. 캐디로 일하면서 골프도 배우고 손님들에게 조언도 하면서 나름 열심히 즐기면서 일을 했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이 눈에 띄었었다. 골프 에세이는 처음 들어본다.

 

처음 프롤로그페이지부터 웃음을 자아냈었다. 글 한두 번 쓰는 게 아닌 듯이 흡입력이 있다. 마치 친구와 이야기하는 듯한 저자 이경님의 에세이는 읽기 편했다. 나는 책 읽다가 저자의 말에 빵 터졌다. 아무래도 내 웃음 코드는 이쪽인듯하다.

 

「형들이 내게 같이 놀자고 할 때 응하는 것이 동생으로서 도리일 테다. 비록 마음속으로는 도리를 지키기보단 고개를 도리도리하고 싶었지만.」

「캐치 볼드 안 해주고, 그렇다고 운동도 안 시켜주는 엄마, 아빠가 당시에는 좀 미웠다. 저한테 왜 그러셨어요?」

 

그러게요. 왜그러셨을까요. 저라면 우리 아들이 운동하고 싶다 뭐하고 싶다 하면 없는 돈이라도 만들어서 당장 시켰을 것 같아요. 한 번뿐인 인생 멋지게 살게 해주고 싶고,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하고 후회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아요.

 

「골프를 배우고 한 달이 지나자 삶에서 하나둘 변화가 찾아왔다. 손가락 마디에 물집이 잡힌다거나, 방바닥을 물걸레질하면서 그립을 잡아본다거나 하는 일이다.」

 

골퍼들에게 흔히 나타난다. 거울만 보아도 앞에서 자세를 잡고 폼을 잡아보기도 한다. 자세는 흐트러지면 볼이 안 맞거나 피니쉬 라인이 멋지게 나오지 않는다. 꾸준히 연습해야기때문에 어쩌다가 길을 가다가도 사람이 없거나 있거나 자세를 잡기도 한다. 나도 가끔가다가 그랬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지만, 옆에 있던 캐디 오빠나 언니들 자세도 고쳐준 적도 적잖게 많았었는데, 나의 그런 즐거웠던 추억들이 하나둘씩 기억나게 해 주었다.

 

「골프 연습을 하고 헤드업을 하면서 인간의 욕구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사람에게는 몇 가지 본능적인 욕구가 있다. 수면욕, 식욕, 성욕과 함께 골퍼에게는 분명 머리 상승 욕구가 있는 듯하다. 스윙 후에 자연스레 고개가 들릴 때까지는 공에 시선을 놓지 않아야 하는데, 자꾸만 공의 진행 방향을 확인하고픈 마음이 앞선다. 미리 고개를 드려는 하는 이 머리 상승 욕구를 잡아야만 했다.」

 

일명 헤드업이다. 프로골퍼든, 머리 올리는 골퍼든 나타나는 흔한 현상. 나는 캐디를 할 때마다 그런 골퍼들에게 욕심이 나죠? 이러면서 공 뒤를 보라고 한다. 공을 보지 말고 공 뒤를 보면서 하면 좀 덜한다고 해주니까, 헤드업을 잘 안 하는 고객님들. 다양한 고객을 만나면서 나도 나름 코칭에 있어 프로였다.

 

「얼마 전 배운 샌드웨지 스윙이 어려워 거리별 스윙 체크를 다시 했고, 벙커에서 탈출하는 법을 물었다. 샌드웨지가 아닌 피칭웨지를 써야 할 때는 어떤 경우 인지도 물었다.」

 

벙커들이 다양한 게 많다. 벙커는 벙컨데 그린 옆에 바짝 붙어서 턱이 높은 벙커가 있었다. 나는 그런 벙커를 볼 때면 9번 아이언을 좀 더 눕히고, 그립을 짧게 잡은 상태에서 찍어내려쳐서 그린에 올린 적이 있었다. 손님에게 나름 그런 벙커는 이렇게 해줘야 한다고 의견을 내세울 때도 있었다. 벙커에서 헤어 나오기 어려운 벙커들이 몇 있기 때문에 조언가 역할도 톡톡히 한적도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 기억을 되살려준 저자가 고마웠다.

 

「골프를 하면서, 오랫동안 잡지 못했던 아버지의 손을 이제 다시 잡게 되어 다행이라고. 오래 걸렸지만, 참 다행이라고.」

 

나도 우리 아이가 지금 5살이지만, 아이와 언젠간 필드 나가서 같이 골프를 하고 싶다. 이건 아기 낳기 전 캐디 생활할 때 꿈을 꿔왔던 나의 낭만적인 이야기다. 이 저자가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썼는지 나에게 잘 전해져 왔다. 정말 따듯하면서 훈훈한 그런 이야기. 지금 육아로 우울했던 나에게 웃음을 준 이야기. 남의 일기를 훔쳐보는 느낌이었지만 내 추억까지 기억하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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